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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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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가슴이 탄식하는 대로 이틀 휴가를 내고 4박 만3일 일정으로 2년 만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하늘이 내내 청명했고,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시원했다(사실 강풍이 계속되어 추운 수준이었음).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사람은 주기적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조만간 또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올해는 물에 많이 닿아야지, 서핑도 또 가야겠다. 여름이 다가오니 생에 활력이 생긴다 !살면서 다양한 사랑을 해보았지만 사랑은 할 때마다 새로 정의되는 것 같다(주1). 최근에도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정확히는 사랑과 리비도(주2)에 대해서랄까. 독자 중 한 명에게 당사자성이 있는 주제라서 쓰기 망설여졌지만.. 그런 이유에서라면 내 글 중 그 어느 것도 출고되어서는 안 된다. (주1..
24.05.06. 책의 공간 오늘까지 3일 연휴였다. 연휴동안 친구도 가족도 만나고 미용실도 다녀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강남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오늘 바깥은 비가 와서 공기가 무겁고 축축했다. 서점에 들어와서 뽀송뽀송한 책 냄새를 맡고 버석한 종이를 만지니 체감 습도가 낮아지는 것만 같았다. 서점을 거니는 사람들은 모두 무해해 보인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섬세하거나 차분하거나 배움과 탐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선별된 곳. 그래서 나도 괜히 지성인이나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곳. 공간이 내 고삐를 잡아 쥐는 듯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초등학생 즈음인가 아버지가 쇼파에 앉아 책을 읽으시면 나도 옆에 따라 앉아 같이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주기적으로 책배달을 시켜주셨다(비대면 도서관 같은 것이다). 또 역사 만화책에 꽂혀..
24.05.02. May 4월 말, 세면대 하수구의 신께 금귀고리를 제물로 바쳤고,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했다. 5월이 되었다. 위염 재발 방지를 위해 양배추즙 100포를 다시 시켰다. 월 15만 원짜리 고급 영양제도 매일 먹고 있다. 골반도 튼튼해진 듯하다. 스쿼트가 가능하다. 모든 게 아무렇지 않다. 낮에도 밤에도 자동차 탑 열고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그저께는 퇴근 후 즉흥적으로 영종도를 다녀왔다. 막힘 없이 뚫리는 도로를 신나게 질주했다.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서른 살이다. 진로고민 성장통에 빠져 풍경을 놓치기엔 너무 아름다운 시절이다. 햇볕을 많이 쬐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술은 적당히 마시는 그런 5월을 보내자.
24.04.21. 바람 쐬기, 햇볕 쬐기 먼저, 지난 게시글의 제목이 '매일 시작하기'였다. 글 쓰지 않은 기간 동안 매일 뭔가를 시작하진 못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좀 했고, 몇 가지 시도도 해 봤다. 여기저기 기회를 엿봤고, 실제로 찔러도 봤고, 실패도 했고, 낙심도 했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기도 했다. 얼추 변화의 판을 좀 깔아놓고 보니, 얻은 깨달음은 '현재를 소중히 하고, 당장 주어진 일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것이다. 근래 여러 심란한 사적인 일들로 마음이 몹시 허한데, 그 마음을 회사에 쏟아 일시적으로 워커홀릭이 되어보려 한다. 그리고 미뤄둔 공부도 다시. 그간 주 3회 정도 자유수영을 갔다. 기초체력을 올리고 건강을 증진하는 게 1번이었지만, 심란한 일들이 있을 때마다 끓는 속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수영..
24.04.07. 매일 시작하기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그 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또 걸어가고 있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에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까 무엇이 내게 정말 기쁨을 주는지 돈인지 명예인지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인지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알고 싶지만 아직도 답을 내릴 수 없네 자신있게 나의 길이라고 말하고 싶고 그렇게 믿고 돌아보지 않고 후회도 하지 않고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걷고 싶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 이 길에 끝에..
24.03.24. 기대 금지 며칠 째 절대 오지 않을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다. 극히 희박한 일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길 기다리면서. 먼저 메시지를 보낼 마음은 없다. 너무 수동적인가? 아니 나는 연락을 받아줄 만큼만 마음이 있을 뿐이야… 먼저 말이든 손이든 건넨다는 건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다. 본인이 책임지고 싶진 않으면서 타인에게 전가하고 싶은 거라면, 기대하면 안 된다. 기대 금지. 실망 금지.
24.03.23. 매너리즘 ? 우리 삶은 유한하다. 심지어 우리 생각과 기대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너무 대비만 하는 삶은 내 체질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를 사랑하기 위하여 차를 샀다. 그래서 인생이 더 좋아지긴 했다. 문제는 현재에 안주하기 너무 쉬워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매일 타성에 젖어버리는 기분이다. 현재의 루틴에서는 야망을 위한 열정이 솟아나지 않는다. 머리를 쓰는 일에, work에 나의 위치에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 긴장이 필요하다는 말이 적합하다. 그런데 요즘은 사적인 전환에 정신이 팔린 것 같아, 자책을 조금 해보았다. 환자 생활을 청산하고 거동에 자유가 생기니 목줄 풀어놓은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닐(비유)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작년에도 따뜻해질 시기에 내 세상인 것처럼 하루 종일 놀고 돌아다..
24.03.18. 패스트 라이브즈 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두 가지를 아쉬워해야 한다. 하나는 내가 바빠지는 것이고 하나는 내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글 쓸 시간이 부족해짐은 물론이거니와 질척하고 차분한 감상에 젖을 여유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지면 글감이 외려 줄어드는 스타일이다. 상대와 소통하거나 상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벅차다. SZA의 Snooze라는 음악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래 머무르고 있다. 평소엔 대충 듣다가 가사를 곱씹으며 들으니 절절하고 달콤한 사랑 노래더라. 요즘엔 그 노래만 듣고 있다. 몇 달 전 캡처한 글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혼자서 잘 놀고 먹고 쉬다가 그걸 뚫고 오는 사람을 잘 봐라. 인연에 집착하면 악연이 되고 나에게 집중하면 필연이 온다.' 누군가 뚫고 오려고 하기에 관조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