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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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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무서울 땐 네 생각을 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친구가 썰이 너무 많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흥미롭게 들었는데 쫄보인 나에게는 너무 무섭고 소름끼치는 썰들이었다. 친구가 말을 흡입력 있게 잘하기도 했음. 차를 타고 혼자 집에 돌아가는데 자정이 넘은 시각에다가 도로에도 차가 별로 별로 없고 조용하고 어둡고…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달달한 음악을 틀고 네 생각을 했다. 그랬더니 찾아오는 평안함과 안도감. 내가 너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너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상기하면 마음이 꽉차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널 생각하며 심호흡을 몇번 천천히 크게 하니 쉬이 안정이 돼서 집에도 잘 오고 잠에도 잘 잘 수 있었다. 그게 마치 독실한 신자가 힘들 때 자신의 종교적 교리/신을 믿고 의존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24.07.22. 불완전함에 관하여 귀갓길, 내가 여태까지 쓴 블로그를 역순으로 주욱 읽었다. 내가 전치 6주의 골절상을 극복하고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된 2월 중순까지. 내가 지금에 도달하게 된 역사와 배경을 되짚어보니 현재의 상황이 거시적으로 보인다. 1. 기브앤테이크를 생각하지 않은 맹목적 사랑, 인연 그 자체만으로 감사한 사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1)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치며 혼자인 삶에도 기쁨과 안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2) 큰 사건사고를 겪고 사소한 것에도 감사를 느끼게 되면서 평화롭고 무탈해서 시시한 삶에도 제법 만족할 줄 알게 되었으며 3) 그래서 혼자가 되는 것이 더는 그 전만큼 두렵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 사람과 사랑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아서 정말 순수하게 상대방과 내 감정 자체에 몰입이 가능했다. 시절인..
24.07.21. 천기누설 방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사랑과, 따로 있을 때 느끼는 사랑의 결은 좀 달라. 전자는 즉각적으로 충족되는 사랑, 후자는 보이지 않는 상대를 일상적으로 되새기면서 잔잔하게 깨닫는 사랑. 오늘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카페로 이동하는 길. 세찬 장맛비가 내리고 난 직후였는데 일몰 하늘 색이 유난히 더 오묘했다. 하늘색, 보라색, 핑크색, 황토색이 다 섞인 색이었다. 몽환적인 느낌.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당연한 메커니즘으로 너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 봤을 때 너와 같이 보지 못함을 아쉬워하는 것. 어느 퇴근길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너를 생각하면 괜히 힘이 나는 것. 귀여운 표정의 네 얼굴이 떠오르면 참을 수 없는 흐뭇함에 입꼬리가 빙긋 호선을 그리는 것. 아차..
24.07.14. 작가의 변 무려 한 달 반을 글을 게시하지 않았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쓸 시간이 없었습니다. 잠잘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그리하여 주말에 시간만 나면 열두 시간 내리 자고 그로 인한 두통에 타이레놀을 먹곤 했습니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아지면 자유수영을 3,000m 했습니다(개인 최고기록). 그간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형식이 블로그가 아니라 단 하나의 독자를 위한 편지였을 뿐. 젊은 또니테르의 슬픔을 폐업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또니테르는 더 이상 슬프지 않거든요. 이유가 하나밖에 더 있을까요?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후략합니다) 그러나, 저의 창작욕과 창의성의 원천은 늘 슬픔이었습니다. 슬픔이 뭔지 잘 몰랐던 때부터 슬픔의 시인으로 불리는 정호승의 시들을 좋아했으니까요. 마음 시림, 절..
24.06.06. 코찡주의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4.06.02. 여름 앞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은 유월. 유월은 이름도 유월이다. 유월 초입 여름 앞에서 지난 사랑을 복기한다. 여전히 아름답고, 아련하고, 슬프군. 그리고 진행 중인 사랑을 생각해. 나는 지독한 운명론자니까 이 시기에 이런 사람이 나타난 의미는 뭘까하고 고민한다. 심미적으로 출중하고,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하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으며, 외국어를 할 줄 알고, 문학과 예술을 즐기고, 사랑 때문에 크게 아파해 본 경험이 있고, 표현을 잘 하고 솔직하면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배려와 예의를 아는 사람. 치사하게 다 갖추다니... 치사하게...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알아내고 그걸 읽다니... 네가 구글에 클로이가 바람피우는 소설을 검색하지만 않았더라면 도전 ..
24.06.01. 감기와 인지조화 [또니테르] [오후 10:01] 아파[MS GIRL] [오후 10:01] ㅠㅠㅠ[또니테르] [오후 10:01] OO아[또니테르] [오후 10:01] 마음이 아픈 것보다[또니테르] [오후 10:01] 몸이 아픈 게 낫단다[MS GIRL] [오후 10:01] 아 ㅎ[MS GIRL] [오후 10:01] ㅋㅋㅋㅋㅋㅋㅋㅋ[MS GIRL] [오후 10:01] 그래서 지금[MS GIRL] [오후 10:01] ㄱㅊ?[MS GIRL] [오후 10:01] ㅋㅋㅋㅋㅋㅋ[또니테르] [오후 10:01] 뭔가[또니테르] [오후 10:01] 마음이 아픈데 마음이 아픈 건 느낌이 없잖아[MS GIRL] [오후 10:01] 마자[MS GIRL] [오후 10:01] 하긴 몸은 뭐[MS GIRL] [오후 10:02] 몸응 이러다 낫겠지 ..
24.05.30. 근황 보고 그간 저녁에 시간이 나면... 잠을 줄여가며 좋아하는 사람과 몇 시간씩 통화를 했다. 책을 읽었다. 편지를 썼다. 운동을 했다. 누적된 피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반년만에 할 수 있게 된 다이어트에 집중하느라 더욱 힘이 달렸다. 골반 사용 허가가 났다(정확히는 6월 1일부터이긴 한데). 어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잠수교 러닝을 뛰었다. 몸이 가벼웠다. 막판에는 골반이 좀 뻐근하긴 했지만... 양 옆에 한강을 두고 달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다시 두 발로 한 발 한 발 크게 넓게 디딜 수 있음에 감사를 느꼈다. 당연히 쓸 말이 많지만, 그러니까 지난 글의 후속작들을 모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