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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상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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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25. 비우기 그리고 채우기 어제 인생 첫 대장내시경을 위하여 3일간 식단을 조절하고 그중 1일은 단식을 하며 대장내시경 약을 먹고 그제 새벽 내내 장을 비웠다.그러니까 계단 오르는 것도 힘이 들어 아고고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겨우 다녀오고 깊은 낮잠을 잔 후에 저녁에는 호텔 뷔페를 가서 원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다 비우자마자 채운다. 의도적으로 채운 것은 아니고 갑작스럽게 뷔페 일정이 잡힌 것이라, 채워졌다 가 맞을 거 같다.비우면 채워지더라.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비웠더니 운명의 그 사람이 나타났던 것처럼.지난 2주간 이발 시기를 놓쳐 북슬북슬한 머리칼로 다녔다. 낮에는 정돈이 안 되는 헤어스타일로 출근해서 스트레스받다가 저녁에 집에 오면 쇼파에 누워 북슬한 머리카락을 몽글몽글 매만지며, 스스로를 귀엽..
25.02.14. 웃음버튼이자 눈물버튼 이사 이후 쓰는 첫 글.일과를 마치면 곯아떨어지느라 블로그를 쓸 여력이 없었다. 감성에는 자주 젖었다. 눈물을 자주 참았다. 대책 없고 막연한 슬픔에게는 잠시라도 나를 지배할 기회를 줘서는 안 되기에. 다른 생각으로 금방 돌렸다. 이를테면 회사 컴퓨터 앞에서 지루한 보고서를 쓰는 일.그러니까 너무 행복하고 너무 바랐던 게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도 그걸 잃을까봐 불안해지게 된다. 그럼 근거도 없이 상실을 걱정하고 슬퍼진다. 웃음버튼이 곧장 눈물버튼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다.고마움이 커질수록 미안함이 생긴다. 보답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도 생긴다. 새삼 내 삶이 이리 무거웠던가, 하면, 음, 그랬던 거 같다.나이를 먹어갈수록 아쉽지만 체념하게 되는 것은 내 인생의 여러 인물과 오브제들이 주요한 몇 개만 남겨두..
25.01.13. 화분에 물을 주며 우리집에는 내가 첫 자취를 시작했을 때부터 기르는 화분이 하나 있다. 열흘에 한 번 물을 준다. 까먹을까봐 매달 10일, 20일, 30일에 준다. 너무 많이 자라면 내가 손으로 줄기를 뜯어 가지치기를 한다. 색이 노랗게 변한 줄기만 뜯는다. 창가에 두고, 열흘에 한 번 물을 주는 것 외에는 전혀 돌보지 않는데도 싱싱하게 살아 나와 3년을 함께 하고 있다. 인형 하나에도 이름을 붙여주면서, 이상하게 얘한텐 이름을 붙여주지 않았다. 1월 10일에는 까먹고 물을 주지 못했다. 1월 12일에 물을 줬다. 싱크대에 화분을 갖다두고 물을 흠뻑 적신다. 흙에 먼저 물을 담뿍 주고 흙이 물을 속까지 머금을 동안 이파리에도 물을 준다. 1월 12일 일요일, 세탁기에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화분에 물을 주며 말했다. "새해..
25.01.06. 무소식이 희소식 글을 안 쓰는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냐 하면은, 별일 없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처럼, 잔잔히 일상을 견디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외려 그 순간에 글이라는 게 필요했지만은 글을 쓸 수 없었다. 어떤 일이나 어떤 감정은 인상적이고 의미 있더라도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를 위해 기록할 필요 없는 과거도 있다. 아픔도 주고 행복도 주는 나의 사랑에 대하여 하루에도 몇 번씩 평가를 달리한다. 그러다가 오늘은, 그 사랑이 내 사랑보다 가끔은, 때로는, 평소에도, 언제나, 아무 때나, 어느 때나, 어느 때는,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더 사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의 사랑에만 푹 빠진다. 나의 감정에만 심취한다, 따라서 나의 사랑과 나의 감정만이 제일 숭고하다. 그래서 내가 받는 사랑은..
24.12.28. 4AM 보일러를 켜고 나갔다 왔더니 방바닥이 뜨끈뜨끈하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가. 따끈한 방바닥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난 불과 몇십 분 전까지 또 지난 2024.01.01. 5AM 마냥 치기 어리게 행동했다. 다른 점은 안전히 무사히 귀가하였다는 것. 오늘 밤엔 아주 긴장되는 중요한 약속이 있었다. 여느 때라면 긴장한 만큼 잘 해내었겠지만 오늘만큼은 크게망쳤다. 자괴감과 슬픔이 온다. 제정신이 아니지만 그놈의 합리로 원인을 분석한다. 역시 신체 컨디션 탓인가, 잘 모르겠다. 나를 책망한다. 마음이 아프다. 잘하고 싶었다.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다면 건드리지도 말 걸. 내 탓이다. 고양이들은 높은 데서 떨어지면 자신을 위로하는 의미로 자신의 몸을 핥는다고 한다. ..
24.12.13. 12월의 금요일 밤 섭씨 영하 2도의 귀갓길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24.12.09. A tough day again 직전 글도 tough day를 마치고 쓴 글이었다니. 블로그를 들어와서 알았다. 오늘도 제법 고된 하루였지… 매일 달력을 보며 휴가를 언제 써야 적기일지 고민한다.피곤과 졸음이 몰려오고 온몸이 뻐근하다. 좋지 못한 자세와, 추위와, 긴장감에 어깨가 돌덩이처럼 굳어간다.지난 글에서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오늘도 그런 날로 지나가겠지. 내가 그런 날을 견뎠음을, 지나 보내었음을 남길뿐이다.그래도 하나씩 이뤄가는 것들은 있다. 사랑만큼은 순조롭다. 다 그 한 사람 덕이다. 늘 감사하다. 더 큰 사랑과 헌신으로 보답하고 싶다. 이 사람이 내 옆을 안전지대로 삼을 수 있게 내가 포근하고 안락한 보금자리가 되어주고 싶다. 이걸 생각하면 물러지다가도 단단해진다. 투덜투덜 칭얼대다가도 ..
24.11.26. It was a tough day 성과가 가시적이진 않아도 나름 최선을 다 해 열심히 살 고 있어. 힘껏 발버둥치며 가라앉지 않으려 하고 있어. 7번 넘어지면 8번 일어나면 되지. 오늘 정말 수고한 나에게 고군분투를 견디며 많은 일들을 해낸 나에게, 고생했어. 난 정말 멋진 녀석이야. 대견해. 내가 자랑스러워. 정말 정말 잘했어. 또 좋은 일이 찾아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