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날의 상념

25.02.14. 웃음버튼이자 눈물버튼

이사 이후 쓰는 첫 글.
일과를 마치면 곯아떨어지느라 블로그를 쓸 여력이 없었다. 감성에는 자주 젖었다. 눈물을 자주 참았다. 대책 없고 막연한 슬픔에게는 잠시라도 나를 지배할 기회를 줘서는 안 되기에. 다른 생각으로 금방 돌렸다. 이를테면 회사 컴퓨터 앞에서 지루한 보고서를 쓰는 일.

그러니까 너무 행복하고 너무 바랐던 게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도 그걸 잃을까봐 불안해지게 된다. 그럼 근거도 없이 상실을 걱정하고 슬퍼진다. 웃음버튼이 곧장 눈물버튼으로 바뀌게 되는 순간이다.

고마움이 커질수록 미안함이 생긴다. 보답에 대한 책임감, 부담감도 생긴다. 새삼 내 삶이 이리 무거웠던가, 하면, 음, 그랬던 거 같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아쉽지만 체념하게 되는 것은 내 인생의 여러 인물과 오브제들이 주요한 몇 개만 남겨두고 많이 페이드아웃 됐다는 것이다. 시절인연이 무르익어 가며 소중한 것은 더욱 소중해지기 때문인 것 같다.

이사 전 날, 그간 받은 편지를 전부 정리했는데 양이 상당했다. 그중에서 날 울렸던 아주 짧은 한 장의 편지가 있었다. 엄마가 아팠을 때 써준 생일편지였다.

생일이 다가온다. 탄생과 무사생존을 축하하는 날.
다 같이 건강하게 (풍족하게) 오래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