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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상념

25.04.25. 비우기 그리고 채우기

어제 인생 첫 대장내시경을 위하여 3일간 식단을 조절하고 그중 1일은 단식을 하며 대장내시경 약을 먹고 그제 새벽 내내 장을 비웠다.
그러니까 계단 오르는 것도 힘이 들어 아고고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오전에 건강검진을 겨우 다녀오고 깊은 낮잠을 잔 후에 저녁에는 호텔 뷔페를 가서 원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었다.
다 비우자마자 채운다. 의도적으로 채운 것은 아니고 갑작스럽게 뷔페 일정이 잡힌 것이라, 채워졌다 가 맞을 거 같다.
비우면 채워지더라. 연애하고 싶은 마음도 비웠더니 운명의 그 사람이 나타났던 것처럼.

지난 2주간 이발 시기를 놓쳐 북슬북슬한 머리칼로 다녔다. 낮에는 정돈이 안 되는 헤어스타일로 출근해서 스트레스받다가 저녁에 집에 오면 쇼파에 누워 북슬한 머리카락을 몽글몽글 매만지며, 스스로를 귀엽게 느끼곤 했다.
털이 북슬한 강아지가 된 거 같아… 그러다가 오늘 드디어 머리를 잘랐다. 미용사 인턴이 숱이 듬뿍 자란 내 머리카락을 감겨주는 모양새가 마치 열심히 빨래를 하는 모양새 같아, 실실 웃었다. 그리고 샴푸가 끝나고 그 인턴에게 아주 샴푸를 잘한다고, 미용사에게는 샴푸를 잘하는 것부터가 기본기가 갖춰졌다는 거 아니겠냐고 말해주었다.

기대하던 이직처가 있었는데 최종 후보 2인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내부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 그러나 잘 안 됐다. 많이 낙심했다. 고민이 많다. 나는 왜 이 일을 할까, 나의 초심은 어디에 있을까, 나의 비전은 뭐였더라, 내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직은 왜 안 될까, 뭐가 부족할까,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는데 그냥 흘려듣던 노래의 가삿말이 유난히 귀에 딱 박혔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서기 위하여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 다시 고쳐썼지 이력서”

매출이 줄고 경쟁업체가 치고 올라오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리브랜딩을 하듯…

상심한 마음을 어서 떨치고
나라는 상품에 대한 설명을 처음부터 재정립하고 공격적 마케팅을 실시해야 하는 시기이다.

또 큰 에너지가 소모되겠지만… 나중에 대가를 지불하는 것 보다 먼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늘 내게 이로웠다.

마음을 비우자. 그럼 어느새 채워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