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오면 오후 6시가량 되는데 지치니까 뭔가를 바로 하지는 못하고 외출복만 대충 벗어던지고 40분 정도를 의자에 철퍼덕 앉아 스마트폰으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트위터 네이버 등을 휙휙휙 본다. 배가 고프면 사과를 먹거나 피넛버터 한 숟갈을 먹는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서 세안과 양치에 돌입. 그리고 스킨케어까지 하고 나면 7시쯤. 그때부터 자유시간. 다시 책상 앞에 앉아 다시 스마트폰을 보거나 업무 관련 서류를 본다거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뭘 검색하거나 일상업무를 한다. 그러다 기초체력 이슈로 8-9시면 취침준비(불 다 끄고 누워서 스마트폰 보기)를 한다.
그러면 내가 외부세계와 정신세계에 동시에 혼자 남아 혼자임을 완전히 감각하는 시간은 평일 기준 오후 7시부터 약 한두 시간이 된다. 나는 그때가 외롭다.
지난 2주 동안 평일 일고여덟시가 되면 꼭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예전에 곧잘 전화를 걸었던 친구들은 이젠 대체로 바쁘다. 내 전화가 바쁜 그들의 일상을 곤란하게 할까봐 쉬이 전화를 걸지 못한다. 그렇지만 거절당하더라도 온기를 느끼고 싶었다. 아니 딱 지금 전화 못 한다며 미안해하는 정도의 온기만 느끼면 되었다. 내 친구 중 가장 말투가 시니컬한 수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스크린골프를 치는 중이라며 바쁘다고 하기에 나이스샷이라고 말하고 금방 끊었다. 왜 전화했냐는 물음에 카톡으로 '너의 그 / 무심한 목소리를 듣고 / 상처받고 싶었어' 라고 보냈다. 이상하게 만족스러운 기분이 들어 더 외로워하지 않고 여덟 시 반에 잤다.
새벽에 잠깐 깨서 그날 느낀 외로움과 만족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내가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은 하루 한두 시간이 다인데, 난 그동안 왜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외로움은 과대평가되어있다. 그간 그 과대평가된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소모한 것은 아닐까? 성냥 불씨 끄자고 폭포수를 퍼부은 것은 아닐까? 친구의 무심한 몇 마디 말이면 될 것을, 애인의 주기적인 연락과 애정표현을 받아야만, 또는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놀아야만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외로움도 정량화하니 별 거 아니다.
하루에 외로운 시간이 고작 이 정도라면 사실 전화고 뭐고 유난 떨 필요 없이 고독을 즐기며 잘 참아내면 된다. 외로움의 파이가 커진다면 줄이면 되는 것이고. 그리고 그건 일찍 자는 걸로 해결 가능. 그러니 일찍들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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