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목요일이네, 사랑하는 친구 E의 생일이기도 하다. 생일 축하해!
다음 주부터 출근이니까 이틀 남은 평일의 휴식을 만끽 중이다. 비록 눈이 많이 와서 외출은 불가하지만.
어제 친구 J가 DM으로 전한길 강사의 명언을 보내왔다. 요약하자면 성공을 원하면 미쳐야 한다는 것이고, 행복을 원하다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말 다 내게 와닿았지만, 이번에는 후자가 특히 인상 깊었다. 앞의 글에도 썼지만 최근에서야 (사고를 당하고) '감사'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겠고, 감사가 행복의 필요조건이라는 것도 알겠는데, 어떻게 HOW 감사를 해야 하는지 조금 감이 안 잡혔다. 그래서 J와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이) 맞는데 잘 안 된다...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오늘! 맥그리들을 먹으면서 HOW를 조금 깨달은 것 같아서 바로 컴퓨터를 켰다.
맥도날드 맥모닝 신메뉴로 '맥그리들'이라는 것이 나왔다. 맥머핀에서 빵만 시럽을 첨가한 팬케이크로 바꾼 것이다. 미국 맥도날드에는 원래 있는 메뉴인데 한국에서는 작년에 출시됐다가 사라지고 이번 달부터 재출시되는 것이라고 한다. 맛이 궁금해서 한 번 먹어봐야지 벼르고 있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배민으로 시켜봤다.
눈이 많이 와서 라이더 배차도 오래 걸리고 천천히 가느라 음식이 다 식어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 따끈따끈한 상태로 왔다. 그리고 기대 없이 한 입 물었는데... 너무 맛있었다!! 눅진하고 짭짤한 체다치즈와 베이컨, 고소한 노른자를 품은 계란, 시럽을 적당히 머금어 달큰한 팬케익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데 그 느끼+단+짠+고소함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사이즈도 약간 작아서 물리기 전에 다 먹게 된다. 첫 입부터 마지막 입까지 행복하다. 따뜻한 카페라떼와 함께 먹었는데 부드럽고 씁쓸한 맛이 잘 어울렸다. 내가 지금 있는 장소와, 이 오전 시간과, 먹는 음식이 다 너무 좋아서, 행복감이 온몸에 충만하게 퍼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 난 감사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어찌 됐든 멀쩡히 살아 있어서, 일상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위기만 겪고 이제는 다시 또 잘 될 일만 남아서, 이렇게 여유롭게, 눈 쌓인 건물들 옥상이 훤히 보이는 집 안에 앉아,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양안 1.5에 육박하는 시력으로 앞을 보고, 치아는 하나 빠진 데 없이 음식물을 씹으며, 맛있는 것을 온전히 빈틈없이 즐기는 것이 모두 참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면서 감사란 이런 식으로 해야겠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내가 오늘 깨달은 HOW TO THANK 감사하는 방법
1.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기. '지금'의 '내'가 '이것'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깨닫기. 제일 어려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이미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식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임. 메타인지와 같은 것임.
2.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어쩌다가 내가 갖게 되었는지 생각해보기. 동시에, 내가 이것을 가지지 못할 뻔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기.
3. 감사하기. 내가 갖게 된 그 과정(과거)을 감사하고, 내가 갖게 된 결과(현재)를 감사하기.
그전까지는 '감사해야 한다' 하면... 내가 똑똑해서 감사하다? 내가 유전자가 좋아서 감사하다? 내가 재능이 많아서 감사하다? 이런 식으로 단편적으로밖에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일상적 감사하기라는 건 이런 게 아니더라. 어느 목사님이 쓰신 책 중에 153 감사라는 게 있다. 하루 1번 성경구절 읽고, 5번 감사 제목 쓰고, 3번 감사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기독교는 아니지만(무신론자이다) 매일 감사할 거리를 찾고, 그걸 외부로 표현한다는 점에 있어서 좋은 성찰 방법인 것 같다. 나도 매일 같이는 못하겠지만, 수시로 일부러라도 감사할 것을 메타인지적으로 찾아내야겠다. 오늘 글은 어제 좋은 DM을 보내준 J와 영감을 준 맥도날드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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