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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2. 여름 앞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여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달은 유월. 유월은 이름도 유월이다. 유월 초입 여름 앞에서 지난 사랑을 복기한다. 여전히 아름답고, 아련하고, 슬프군. 그리고 진행 중인 사랑을 생각해. 나는 지독한 운명론자니까 이 시기에 이런 사람이 나타난 의미는 뭘까하고 고민한다. 심미적으로 출중하고, 다재다능하고 박학다식하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으며, 외국어를 할 줄 알고, 문학과 예술을 즐기고, 사랑 때문에 크게 아파해 본 경험이 있고, 표현을 잘 하고 솔직하면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배려와 예의를 아는 사람. 치사하게 다 갖추다니... 치사하게... 심지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을 알아내고 그걸 읽다니... 네가 구글에 클로이가 바람피우는 소설을 검색하지만 않았더라면 도전 ..
24.06.01. 감기와 인지조화 [또니테르] [오후 10:01] 아파[MS GIRL] [오후 10:01] ㅠㅠㅠ[또니테르] [오후 10:01] OO아[또니테르] [오후 10:01] 마음이 아픈 것보다[또니테르] [오후 10:01] 몸이 아픈 게 낫단다[MS GIRL] [오후 10:01] 아 ㅎ[MS GIRL] [오후 10:01] ㅋㅋㅋㅋㅋㅋㅋㅋ[MS GIRL] [오후 10:01] 그래서 지금[MS GIRL] [오후 10:01] ㄱㅊ?[MS GIRL] [오후 10:01] ㅋㅋㅋㅋㅋㅋ[또니테르] [오후 10:01] 뭔가[또니테르] [오후 10:01] 마음이 아픈데 마음이 아픈 건 느낌이 없잖아[MS GIRL] [오후 10:01] 마자[MS GIRL] [오후 10:01] 하긴 몸은 뭐[MS GIRL] [오후 10:02] 몸응 이러다 낫겠지 ..
24.05.30. 근황 보고 그간 저녁에 시간이 나면... 잠을 줄여가며 좋아하는 사람과 몇 시간씩 통화를 했다. 책을 읽었다. 편지를 썼다. 운동을 했다. 누적된 피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거의 반년만에 할 수 있게 된 다이어트에 집중하느라 더욱 힘이 달렸다. 골반 사용 허가가 났다(정확히는 6월 1일부터이긴 한데). 어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잠수교 러닝을 뛰었다. 몸이 가벼웠다. 막판에는 골반이 좀 뻐근하긴 했지만... 양 옆에 한강을 두고 달리면서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다시 두 발로 한 발 한 발 크게 넓게 디딜 수 있음에 감사를 느꼈다. 당연히 쓸 말이 많지만, 그러니까 지난 글의 후속작들을 모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군.
24.05.19. 가슴이 탄식하는 대로 이틀 휴가를 내고 4박 만3일 일정으로 2년 만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하늘이 내내 청명했고, 햇볕은 뜨거웠지만 바람이 시원했다(사실 강풍이 계속되어 추운 수준이었음). 아름다운 풍경을 보니 마음이 탁 트이는 것만 같았다. 이래서 사람은 주기적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했다. 조만간 또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 올해는 물에 많이 닿아야지, 서핑도 또 가야겠다. 여름이 다가오니 생에 활력이 생긴다 !살면서 다양한 사랑을 해보았지만 사랑은 할 때마다 새로 정의되는 것 같다(주1). 최근에도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봤다. 정확히는 사랑과 리비도(주2)에 대해서랄까. 독자 중 한 명에게 당사자성이 있는 주제라서 쓰기 망설여졌지만.. 그런 이유에서라면 내 글 중 그 어느 것도 출고되어서는 안 된다. (주1..
24.05.06. 책의 공간 오늘까지 3일 연휴였다. 연휴동안 친구도 가족도 만나고 미용실도 다녀왔다. 오늘은 오랜만에 강남 교보문고에 다녀왔다. 오늘 바깥은 비가 와서 공기가 무겁고 축축했다. 서점에 들어와서 뽀송뽀송한 책 냄새를 맡고 버석한 종이를 만지니 체감 습도가 낮아지는 것만 같았다. 서점을 거니는 사람들은 모두 무해해 보인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섬세하거나 차분하거나 배움과 탐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선별된 곳. 그래서 나도 괜히 지성인이나 예술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곳. 공간이 내 고삐를 잡아 쥐는 듯한…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초등학생 즈음인가 아버지가 쇼파에 앉아 책을 읽으시면 나도 옆에 따라 앉아 같이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주기적으로 책배달을 시켜주셨다(비대면 도서관 같은 것이다). 또 역사 만화책에 꽂혀..
24.05.02. May 4월 말, 세면대 하수구의 신께 금귀고리를 제물로 바쳤고,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했다. 5월이 되었다. 위염 재발 방지를 위해 양배추즙 100포를 다시 시켰다. 월 15만 원짜리 고급 영양제도 매일 먹고 있다. 골반도 튼튼해진 듯하다. 스쿼트가 가능하다. 모든 게 아무렇지 않다. 낮에도 밤에도 자동차 탑 열고 달리기 좋은 계절이다. 그저께는 퇴근 후 즉흥적으로 영종도를 다녀왔다. 막힘 없이 뚫리는 도로를 신나게 질주했다.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없는 서른 살이다. 진로고민 성장통에 빠져 풍경을 놓치기엔 너무 아름다운 시절이다. 햇볕을 많이 쬐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고, 사랑하고, 용서하고, 술은 적당히 마시는 그런 5월을 보내자.
경험이라기엔 너무 잔인한 것들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들 별 일인 별일 아닌 것들 얻은 것에 비해 잃은 게 너무 많은 관계들내가 건너야 할 다리는 위를 향해 있어 건너려면 올라야만 했다. 나는 겁이 너무 많아서 무서움에 온몸이 떨렸지만 그 다리를 건너기로 결심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럼에도 나는 응원단이 필요했다. 다리를 올라가는 나의 엉덩이에 대고 힘내라고 소리치고 내가 혹여 떨어지면 받쳐줄 수 있는 타인을. 그래 그런 역할이면 누구든 상관없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여러 번 바뀌길 바라진 않았다. 들리는 목소리가 수어번 바뀌었다. 침묵이 흐르는 시간도 길었다. 나는 여전히 다리를 바들바들 떨며 다리를 건너고 있고 이제는 내가 너무 높이 와서 아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지 그저 아무도 없는 건지..
도망간 사람 잠수이별은 법으로 금지해야 해. 특별형법으로 규정해서. 징역형은 좀 그렇고 벌금형 정도가 좋겠다. 아무 생각 없이 네이버에 잠수이별이라고 쳤더니 나오는 블로그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다. T들도 F들도 만족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다정한 위로들... 온라인 세계에서 익명 같은 것(때론 실명이어도 직접적인 네트워크가 없으면 익명 마냥 행동하는 것들이 있지)에 기대어 책임감 없는 일도 많이 일어나지만, 불특정 다수를 위한 위로도 많이 존재하는구나. 앞으로 힘든 일이나 나쁜 일 겪으면 꼭 인터넷에 쳐봐들. 됐고, 도망간 너에게 앞으로 사랑이 가득하기를. 도망갈 수조차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사랑을 만나 그 사람에게 줄 없이 묶이고 창살 없이 수감되어 오도가도 못하며 그 사랑에, 한 사랑에 충실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