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사랑이 소멸되었다는 이유로 그러니까 나의 사랑 호르몬이 더는 분비되지 않는다는 이유로(그래서 사랑의 유효기간이 약 3년이라던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충실하고 나와 특별히 잘 맞았던 나의 전연인 M을 무참히 버렸다. 그리고 M은 향후 내가 하는 모든 사랑이 다 실패하기를 기도하였다. 그리고 그 덕에 나는 그 이후의 네 번의 연애를 전부 실패하게 된다.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M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런데 용서한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러면 실패는 누구 탓인가? 나는 나를 미워할 수 없어, 연민할 수밖에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덮었던 이불은 버렸다. 누구와의 추억도 없는 새 이불 안에 파고 들어갔다. 웅크리고 바디필로우를 안으니 제법 따뜻하다. 솜 동굴 안에서 M 이후의 네 명의 안부를 물었다(답을 들으려고 물은 것은 아니다). 그리고 너희의 사랑이 모두 실패하기를 바랐다. 나는 내 탓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아, 손톱 옆 거스러미도 너네 탓을 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만나지 않을 테야. 이불 안으로 도망칠 것이다. M만큼은 사랑에 성공하기를 바라면서.
토막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