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날의 상념

23.12.03. 자유수영 가는 사람

요새는 워낙 너도 나도 운동하고, 다들 헬스나 필라테스나 이런 거 하나씩 하니까. 운동 밈도 많다. 그중에는 영상도 안 보고 음악도 안 듣고 유산소 하는 사람은 가족의 원수를 갚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니 피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ㅋㅋㅋ

 

그런데... 혼자하는 자유수영이 바로 영상도 못 보고 음악도 못 듣고 대화도 못 하고 시야마저 수영장 바닥이 대부분인 운동이다. 수영장 물속에 들어가면 '나'의 의식만 홀로 남겨진다. 수영하는 동안 나의 뇌 속은 나 혼자만의 시공간이 된다. 이 상태로 운동을 하는 건 원수 갚는 걸 넘어서 정신수양 및 도 닦기라고 할 수 있다. 오늘 오랜만에 자유수영을 하면서, 자유수영을 혼자 자주 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성숙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수영을 엄청 좋아하지만 강습을 받거나 막 꼬박꼬박 가고 싶진 않아서 오늘처럼 내킬 때 일일 자유수영을 한다. 가서 1시간 반 정도 수영하고 나오면 온 몸에서 힘이 쫙 빠지는데, 그게 정말 개운하다. 이번 여름에는 새로운 개인기록도 세웠다. 1시간 동안 2000m(25m 레인 편도 80번 간 것)를 수영한 것이다! 30분 이상 쉬지 않고 레인을 왕복한 건 처음이었다. 원래도 음악 없는 유산소 운동은 무념무상의 경지가 필요하지만 반복 순환운동으로 물살 가르기를 계속하다 보면 명상을 하는 기분까지 든다. 그때 뇌파를 측정하면 알파파* 또는 세타파**가 나오지 않을까?

 

 * 알파파 : 주파수 4~8Hz로 초당 8~13회 정도 진동한다.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 상태에 있을 때 나타나는 뇌파이다. 특히 눈을 감고 편안한 상태에 있을 때 안정된 알파파가 나타난다. 알파파는 눈을 뜨면 약해지고 감으면 강해지기 때문에 뇌의 시각 영역과 연결된다고 추측된다.

** 세타파 : 세타파는 주파수 4~8Hz로 초당 4~8번 정도 진동한다. 창의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이나 정서 안정 또는 잠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주로 나타난다. 성인보다는 어린이에게 더 많이 나타나며 명상하는 동안에도 나타난다.

 

자유수영은 상당히 고독하다. 홀로 자유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고독감에 자신을 풍덩 빠뜨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평온함일지도 우울감일지도 모르겠다. 뭐가 됐든 그걸 자주 즐길 수 있는 자들은 내면이 강한 사람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유수영을 디지털 커넥션을 강제로 일시중지하고 나와의 깊은 대화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서마터펀 중독인 현대인에게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