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될수록 사상이 견고해지기 때문에, 소위 머리가 커지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불완전함을 인정하고 그걸 개선하는 게 어려워진다. 하지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무엇이 있는지는 어렸을 때보다 많이 알고, 그걸 행할 수 있는 행동력과 재력이 생기지. 행동력은 현명함에서 기인하겠지만.
올해 7월 어떤 사건을 겪고, 난 스스로에게 크게 실망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바로 심리상담을 예약했다. 고민의 주제는 "저는 화가 나면, 참지 않고 화를 100~120% 내요." 그래, 난 아예 화가 나지 않으면 모를까, 화가 한 번 났고, 그 화를 분출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화를 전부 내고, 부족하다고 느끼면 없던 화까지 끌어서 낸다. 분노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것인데, 원래도 난 인간이 좀 극단적이라서 미치광이스러운 면모가 있지만, 분노에 돌아버리면 literally '미친놈(광인)'이 된다(옛날에는 나의 단점을 공개적인 공간에 기재하는 것이 무척 싫었는데, 내가 단점을 잘 고치게 되면 나중에는 이게 좋은 성장스토리가 될 거라고 생각해).
이번에 만난 심리상담 선생님은 이 문제를 정말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일단 내가 화를 100% 이상 냈던 경험 하나를 상기시키셨다. 그리고 당시 내가 화를 내기 직전 상황으로 나를 돌려보내고,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물어보셨다. 나는 생각을 해보다가, 다시 생각해도 부당한 상황이었고,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상황이었기 때문에, 화가 났을 것이며 화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그렇다면 화를 70%만 내보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어떻게 화를 내야 70%만 화를 내는 것인지 당황스러웠는데, 생각을 차차 해보자 소리만 안 질러도 80% 미만으로 떨어질 것 같고, 거기에 시비조 내지 질문조로 어미를 끝내지 않으면(대화가 이어지지 않을 테므로) 70% 이하로 화를 내는 게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ㅋㅋ 아 쓰다 보니까 너무 웃긴데, 이건 나만 알 수 있는 감정임..
이 깨달음에 더하여 !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어떤 선생님이 화가 났다면 화를 내기 전에 '지금 내가 화가 났구나. 나는 뭐 때문에 이렇게 화가 났을까?' 하고 내가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보라고 했는데, 실제로 얼마 전에 내가 화가 났을 때 '나 지금 왜 화가 났지? 아, 내가 지금 이런이런 점 때문에 화가 났고, 이건 내가 친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질 것 같아서 화가 나는 것이구나. 상당히 알량하고 쪼잔한 마음이다.'라고 한 번 짚고 나니, 치밀었던 화가 가라앉고 오히려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게 되었다. 나한테는 상당한 진척이다.
만 스물아홉이 되어서야 이런 성격적 단점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고쳐보려 하다니, 그간 나의 폭풍과 화산같던 감정의 20대를 내 친구들과 전연인들이 어떻게 견딘 것인가... 또한 부모님들은 어떠한가...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사과를 전합니다.
이 성격은 사실 내 자기방어 수단이자 하나의 생존전략이었기에(미성숙한 나에게는 갑옷 역할도 하였을 것이라) 나의 20대를 철없었다고 단정 짓고 싶진 않다. 다만, 그런 높은(지랄 맞은) 감정의 파고 속에서도 여태까지 내 옆을 지켜준 EJ, JE, HJ, SY, JY에게 고마울 뿐.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부족하지만, 수양하겠습니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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