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에서 글 쓰다가 글이 날라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 1차 분노 2차 체념 3차 해탈의 감정변화를 약 1분 동안 빠르게 겪고 다시 쓴다.
클로이가 엊그제 나보고 뭘 하면서 쉴 때 제일 좋냐고 물어서, 낮잠 자는 것이라고 했다. 1-2시간 동안 달게 낮잠을 자는 것. 생각만 해도 긴장이 풀리고, 여유롭고, 편안해지지. 하지만 막상 낮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아 낮잠을 자주 자진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쉼의 방식으로 잘 쉬지는 못 하는 것인가?... 제일 좋아한다고 하기엔 빈도수 이슈로 탈락시켜야 할 것 같다.
다시 생각해봤다. 그때 대답할 당시엔 글쓰기가 너무 뻔해서 패스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글쓰기가 답이다. 글을 쓸 때 내가 제일 나 다워지는 것 같아. 다채로운 표정도 제스쳐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말투도 없이, 다른 호감/비호감도를 결정 지을 요소 없이, 텍스트 자체만으로 담백하지만 개성 있게 나를 표현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구구절절 설명이 가능해서 더욱 좋다. 때로는 시어적 함축을 통해 복잡한 상념을 몇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으니 또 좋다.
어떻게 글을 쓸 때 제일 휴식이 되냐면, 한적한 시간에 혼자서, 글감이 있어서, 아무것도 듣지 않거나 재즈를 들으면서, 키보드로 글을 쓸 때 제일 좋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글감의 존부. 글감이 없으면 쓰지 못한다. 글이 나오지 않는다. 글감은 그럼 어디에서 나오는가? 안타깝게도 환희보다는 고난, 고뇌에서 나온다. 때문에 작가는 필연적으로 내가 불행하여 나의 불행에 관해 고뇌하거나, 타인의 불행을 조망하여야 한다.
최근 사랑이라는 환희에 뒤덮여 있다가, 자연재해처럼 폭풍 같은 고난을 맞아버렸다. 고난이 폭풍과 같은 크기의 어려움이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 그것이 그만큼이나 갑작스럽고 거대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별 건 아니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한 번 이러면 다가올 모든 상황이 다 공포스럽다.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계속 걱정하게 된다. 약해지고 작아진다....
역설적으로 글감은 마구 생긴다. 잠들어 있던 작가의 영혼이 깨어난다. 숲에 있던 꽃이 숲에서 도망쳤다. 외롭고 무서운 어느 땅에서 혼자 고고이 피어나려는가. 아니 나는 시들어도 숲이 좋은 것 같은데... 또 소시민적 생각을 한다. 독립투사가 되길 갈망했던 어린 나에게 사과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