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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막글

쓰다 만 목포 여행기

작년 10월 초 처음으로 혼자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아래는 아이폰에 적은 그 소회


여행으로부터 오는 것은 마음을 비워내는 방법이 아니라 더이상 저장공간이 없는 마음을 게워내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

- 종렬 『모든 불안은 밤으로부터 왔다』 中


원래는 제주도에 가려고 했다 제주도로 혼자 여행을 가는 것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으므로 그런데 한 달 전부터 검색한 항공권은 이미 매진이었다 그래서 다른 곳을 모색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목포의 단정하고 깨끗한 북스테이를 발견했다 그래서 목포로 정했다 또한 거기엔 콩국수 맛집이 있었으므로
연휴 직전의 3 영업일에는 일이 아예 없었다 나는 의도치 않게 목포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남는 게 시간이라 목포 사전조사와 모든 동선, 시간, 영업시간을 고려한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야 말았다 P임에도 너무 J 같아져 버려서 부끄러울 정도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여행을 가려한 이유는 2023년 상반기가 너무 다사다난하였기 때문에 이를 성찰하고 나름의 정리를 하려고 한 것이었다 일부러 나를 외로움과 고독에 몰아넣기 위함이었다 결론적으로 2박 3일은 그러기엔 좀 짧았다 나는 나의 완벽한 계획과 운 때문에 거의 모든 일정을 제시간에 맞춰 웨이팅 없이(웨이팅이 생기기 직전에) 해내었다 나는 목포에서 3일 동안 먹고 걷고 읽기만 하였고 먹을 때는 먹는 것만 걸을 때는 걷는 것만 읽을 때는 읽는 것만 하였다 내게 고민과 걱정이란 다음 계획은 뭐였더라, 정도뿐이었다
딱딱 맞아떨어지는 일정과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하느라 (의도한) 우울과 상념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철저히 단순했고 말끔한 여행이었다 좋았다
싫은 건 하나도 없었다 돌아갈 곳과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또 많았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었다
어쩌면 혼자 하는 여행이 적성이었던 걸까?
그건 잘 모르겠다… 요즘엔 내가 몸 만들기에도 소질 있는 것 같고 생각해본 적 없던 별 낯선 경험들이 인생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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