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글
2015년
TT.
2024. 7. 23. 00:49
혼자 캐나다 몬트리올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국제영화제가 하고 있었어. 한국 영화가 하나 출품되었다고 해서 보러 갔지. 기억도 하기 싫은 여혐으로 범벅된 영화. 그런 영화에도 캐나다인들은 기립박수를 치더라. 끝나고 나오니 밤이었는데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난 우산이 없었거든. 그런데 그 영화관 앞 거리가 온통 펍이었어. 그중에 라이브로 공연을 하는 펍으로 뛰어들어 갔지. 옷에 묻은 빗방울을 털고 있으니까 제일 바깥쪽 테이블에 앉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불어로 말을 시켰어. 영어로 대답하니까 할아버지는 영어로 답을 해줬는데. 할머니는 불어밖에 할 줄 모르셨어. 할아버지가 혼자 왔냐길래 그렇다고 하고, 잠시 고민한 뒤에 같이 앉아도 되냐고 물어봤어. 흔쾌히 허락하시더라. 그래서 비 내리는 밤 몬트리올 펍에서 그분들과 맥주를 마셨어. 그리고 맥주를 다 마시고 비를 맞으며 밖에서 담배도 한 대 폈지. 할머니는 의사소통도 안 되는 나에게 영어로 사랑한다고 해줬어. 사실 나는 혼자서는 밥도 잘 못 먹거든. 혼자 잘 못해 뭐든지.. 근데 그때 용기 내길 잘했던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