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상념

24.02.10. 甲辰年 정월 초하루

TT. 2024. 2. 10. 19:55

아침부터 떡국을 엄청나게 많이 먹었다. 할머니께서 직접 몇 시간을 들여 고은 사골 국물에 한우 살코기가 듬뿍 들어있었다. 계란도 많이 풀어져서 담백하니 고소했다. 대파는 식감이 좋았고 단맛이 났다. 후추와 김가루 뿌려 참 맛있게도 먹었다. 후식으로는 딸기를 먹었다. 다 큰 서른 살이 다쳐서 누워 있다는 이유로 세뱃돈을 여기저기서 수십만 원이나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낮잠을 두세 시간 깊게 잤다. 꿈을 꾸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제 마신 막걸리 탓인가 자도 자도 몽롱했다. 느지막이 일어나 TV로 설특집 예능 프로그램들을 봤다. 간만에 보니 재미있었다. 그리고 남은 떡국을 또 먹었다. 아버지께 배가 너무 부르니 내일 저녁까지 굶겠다 선언했다. 내일 저녁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할머니께서 나 먹으라고 한우 치마살 한 팩을 사주신 덕이다. 아버지가 구워주시기로 했다. 약 한 달 반 동안 내 일과는 이렇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누워 있는 것이 다 였다. literally 배가 불렀다. 오늘 적은 것만 스윽 읽어도 복이 터졌다. 환자니까 동정의 대상이긴 한데 제법 신선놀음이다.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 좋다. 지금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고 있다. 같은 작 번역본이 여러 권 있었는데 육문사 출판이 표지가 제일 예뻐서 그걸로 샀다.
이틀 뒤는 The 6주가 끝나는 날이다. 그 소감을 적을 순간이 벌써 기대된다. 오늘따라 내 타자의 디지털 잉크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