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상념

24.01.24. 연말정산(3) 내 친구 水水

TT. 2024. 1. 24. 00:01

원래 2023 올해의 인물 제목이 최초의 남사친과 예쁜 오뚝이 녀석이었는 바... 최초의 남사친 이야기는 어제 헌정글로 적었으니 오뚝이 녀석에 대해서도 논해보겠다.
 
오뚝이의 원래 별명은 수수이다. 나를 만나기 전에 얘가 개명을 했는데, 개명을 한 이유가 얘 사주팔자에 물이 없어서 이름에 물을 넣기 위해서이다. 내가 처음 그걸 듣고 그럼 이름 두 글자 중 어느 글자에 물이 들어가냐고 물어봤더니 두 개 다 들어간다고 해서, 내가 그럼 구水水(구씨임)네ㅋㅋ 라고 하면서 수수가 됐다. 수수는 자기 사주에 도움 되는 별명이어서 좋아한다. ;;
 
수수의 첫인상은 예쁜 시니컬 재수탱이였으나, 알면 알수록 의외로(ㅋㅋ) 개념 있고 말이 잘 통하는 상식적인 친구였다.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과 달리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부나 칭찬을 일절 해주지 않아서 되게 짜증나고 킹받았다. 그런데 내가 우울한 티를 조금만 내면 다른 누구보다 먼저 바로 전화를 걸어서 나의 안부를 묻고 고민을 들어준다(대신 답변은 T임). 수수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듣기 싫은 소리가 태반이긴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다. 요런 인간은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입 아프게 조언해주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에, 얘가 시간을 할애해서 나에게 관심을 쏟는 게 상당히 특별한 애정이라는 것을 이젠 안다.
 
수수도 겉과 속이 같다. 그리고 일관적이다. 고집이 세지도 않다. 다만 확고한 자기 신념은 있다. 일도 잘한다. 똑부러지고 명석하다. 의리도 엄청나다. 의리 없는 인간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서 수수가 참 귀하다. 내가 구박하고 온갖 짜증을 다 부려도 오뚝이처럼 매번 일어나 튕겨내고 받아치고, 내가 가감 없이, 가식 없이, 품위 없이 굴어도 나에게 실망하지 않는다(착한 녀석...). 포장할 줄 몰라서 포장하지 않은 로열티가 무겁게 있는 친구다. 각별히 아끼지 않을 수가 없다. 
 
나랑 취향이나 성격이 비슷한 건 아니지만, 자기 사람은 잘 챙기고, 의리와 신의를 중요시 여긴다는 점에서 나랑 잘 맞는다. 무엇보다 개그코드가 비슷한 듯.. 얘랑 있으면 다 너무 웃기다. 나의 또라이 같은 면을 잘 받아줘서 재밌다. 서로 킹받게 하기 놀이 하면 아주 신난다ㅋㅋㅋ.
 
수수랑은 여행도 같이 가고 사우나도 같이 가고 수영장도 같이 갔다. 사우나를 같이 갔다는 건 찐친이라는 거다. 우리는 거리낄 게 없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근래 수수 (전)남친이 수수를 독점해서 수수를 보기 힘들었는데, 아보카도로 말싸움하다가 헤어졌으니까 다시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ㅋㅋㅋㅋ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다른 친구들이 너무나 궁금해했던, 2023년 올해의 친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