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0. 1이 바로 사라지는 카톡방
은 나와의 카톡방.
유튜브에서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거나 영감을 받으면 링크를 복사해서 내 카톡방에 보내곤 한다. 나 보라고 보내는 카톡이니 1이 사라지는 것이 마땅한데, 순간 '나 자신과의 대화는 응답을 기다릴 필요가 없구나.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자체로 대화가 완성되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자타가 공인하는 지독한 '대답강박'인데(내가 지어낸 말임), 타인에게 대답을 강요하느니 나 스스로와 대화를 더 많이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쓸데없는 망상, 걱정, 과거에 대한 회상 따위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은 성찰, 부족함에 대한 반성, 더 나은 삶에 대한 고민,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탐구,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발전적 아이디어, 사랑과 철학에 관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으로 어제오늘, 나 자신과 대화하면서 향후 약 3년간 내가 오를 등산 코스를 정했다. 너무 가기 싫어서 애써 외면했지만 이 코스를 타야만 정상에서 내가 원하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삭제 및 추가 2024.04.07.) 한가한 일요일 오후, 벚꽃이 거의 져가는 서리풀 공원을 혼자 천천히 걸으며 나 자신과 깊이 대화를 해보았다. 몇 달 사이 나는 또 생각이 달라졌고, 또 몇 가지 새로운 경험을 하였으며, 또 새로운 시야가 생겼다. 내가 오를 정상은 하나가 아니었고, 여러 개였다. 심지어는 그 정상마다 오르는 코스가 여러 가지다. 온갖 기회와 선택 앞에서 한참 헤매는 중이다. 여러 옵션들이 있지만 내가 어딘가를 올라야 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현재의 고민 역시 나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나는 나만이 시시포스인 줄 알았으나, 인간은 모두 시시포스라고 한다. 목표를 향해 올라갈 때만이 우리는 삶의 이유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영원히 멈춰 있을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멈춰 있지 말자. 생각도, 행동도.